1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정책목표를 4.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실 결과적으론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다.
그 사이 경기 판단을 새롭게 할 만한 특별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집값 폭등에 이어 광풍처럼 몰아친 금리인상론을 돌이켜보면 이번 금통위 결정은 곱씹을 대목이 많다.
금통위와 한국은행은 이번 과정을 통해 강화된 위상과 독립성을 확보했다.
꺼져가던 금리인상 카드도 되살렸다.
반면 향후 내년 대선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부동산값 안정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대한 잠재적 책임은 더 늘어났다는 평가다.
◆ 경기는 여전히 불확실 =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채무자 이자 부담을 늘려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이 대출을 꺼려하게 돼 투자가 감소한다.
또 금리인상이 투자수익률을 높여 국내 자본유입이 촉발되면 시중에 달러가 넘쳐 원화값이 상승(환율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결국 콜금리 동결에는 이러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다.
부동산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소비 신장세가 최근 몇 달 새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북핵 사태와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물가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를 밑돌 정도로 안정된 것도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웠던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그 동안 하반기 물가 상승을 염려해왔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를 통해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견해를 바꿨다.
결국 물가 안정을 제1의 목표로 삼는 한국은행이 물가가 진정되는 상황에서 콜금리를 올리기란 쉽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금리인상 부동산 안정 효과 미미 = 이런 관점에서 이달 금통위는 애초부터 금리인상안을 검토할 계획도 없었다는 게 한은 관계자의 귀띔이다.
문제는 집값 대란 조짐과 함께 곳곳에서 금리 결정과 관련한 주문과 요청이 쇄도했다는 점이다.
집중되는 시선은 싫지 않았지만 다시금 독립성 훼손이 심각하게 고민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한은은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회의가 열렸던 지난주 말부터 금리를 통한 집값 안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심 밝혔다.
이성태 총재도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드러냈지만 금리를 통한 대응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금통위는 금리인상론이 비등하자 일단 금리인상 방안을 검토하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리인상시 집값 안정 효과는 불확실한 데 비해 중소기업과 서민층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음에 주목하고 금리 동결 결론에 어렵지 않게 도달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일부 금통위원은 국내 대기업 중 자금이 가장 풍부한 삼성 쪽에서 금리인상론을 제기한 점을 단순한 우연으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여기에다 청와대의 금리인상 압력설은 금통위로 하여금 결코 금리인상 카드를 집어들 수 없도록 거꾸로 작용하는 부메랑 효과를 낳았다는 전언이다.
◆ 한결 편해진 금리인상 카드 = 향후 인상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 동안 재정경제부 등과 힘겨운 몸싸움을 벌여왔지만 이제는 한결 편안하게 금리인상 카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경기를 불확실하게 보면서도 자신감은 갖고 있다.
이성태 총재는 "설비투자가 견조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건설투자도 일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며 "그 동안 경기 확장세가 감속돼왔지만 대체로 예상했던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다음달 콜금리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는 말할 수 없다"며 "국내외 여건과 변화하는 경제지표를 읽어가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